21세기 국제 질서에서 중국은 더 이상 주변부 국가가 아니라 세계 질서를 설계하려는 중심 국가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일대일로는 이러한 중국의 변화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초대형 국가 전략입니다. 이 구상은 단순한 인프라 사업을 넘어 중국이 세계와 관계를 맺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1. 고대 실크로드의 부활을 선언하다
일대일로(一帶一路)는 2013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제안으로 본격화된 국가 전략입니다. ‘일대’는 육상 실크로드 경제벨트를, ‘일로’는 해상 실크로드를 의미하며 고대 동서 문명을 연결했던 실크로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구상입니다. 중국은 이를 통해 향후 2014년부터 2049년까지 약 35년에 걸쳐 유라시아와 아프리카 더 나아가 전 세계를 연결하는 거대한 경제·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 구상이 등장한 배경에는 중국의 경제 구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고속 성장기를 지나며 중국은 과잉 생산, 지역 불균형, 내수 한계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동부 연안 지역은 빠르게 성장한 반면 서부와 내륙 지역은 상대적으로 낙후되어 있었고 축적된 자본과 생산 능력을 흡수할 새로운 시장이 필요했습니다. 일대일로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외부로 확장함으로써 해결하려는 전략적 선택이었습니다.
2013년 9월, 시진핑 주석은 카자흐스탄 나자르바예프대학 연설에서 실크로드 경제벨트 구축을 제안했고 같은 해 10월 인도네시아 국회 연설에서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발표했습니다. 이 두 연설은 일대일로 전략의 공식적인 출발점으로 평가받습니다. 이후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해 국가 전략으로 확정되면서 관련 부처와 지방 정부, 국유기업이 대거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단순한 구상이 아니라 실제 실행 가능한 프로젝트로 만들기 위해 금융 인프라 구축에도 적극 나섰습니다. 2014년 실크로드기금 설립을 발표했고 2016년에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을 공식 출범시켰습니다. 이는 기존의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에 대한 대안적 금융 질서를 구축하려는 시도로 해석됩니다. 중국은 이를 통해 자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 금융 네트워크를 형성하고자 했습니다.
참여 국가 역시 빠르게 증가했습니다. 2017년 기준 약 80개 국가가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2021년에는 140여 개 국가와 30여 개 국제기구가 협력 문서를 체결했습니다. 이는 일대일로가 단순한 지역 협력 프로젝트가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전략으로 확장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중국은 이를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협력 플랫폼으로 규정하며 정치적 동맹이 아닌 경제 협력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 육상 3개·해상 2개 노선
일대일로 전략의 핵심은 공간 구상에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육상 3개 노선과 해상 2개 노선을 중심으로 총 5개의 경제 회랑을 설정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교통로가 아니라 산업·에너지·무역·금융이 결합된 복합 경제권을 의미합니다. 이 노선들이 완성될 경우 인구 약 44억 명, 세계 GDP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초대형 경제권이 형성됩니다.
육상 노선은 첫째, 중국에서 중앙아시아를 거쳐 러시아와 유럽으로 이어지는 노선입니다. 이 노선은 철도와 도로를 중심으로 물류 효율을 높이고 중국과 유럽 간 교역 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둘째, 중국에서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를 거쳐 페르시아만과 지중해로 연결되는 노선입니다. 이는 에너지 수송과 중동 지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셋째, 중국에서 동남아시아와 남아시아를 거쳐 인도양으로 이어지는 노선으로 남아시아 시장 진출과 해상로 안정성을 확보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습니다.
해상 노선 역시 전략적 의미가 큽니다. 중국 연안에서 남중국해를 거쳐 인도양과 유럽으로 연결되는 해상 실크로드는 중국의 무역 생명선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노선은 남중국해를 거쳐 남태평양으로 향하는 경로로 중국의 해양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시도로 평가됩니다. 이 해상 노선은 항만 개발과 해상 물류 거점 구축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중국이 이처럼 광범위한 노선을 설정한 이유는 경제적·전략적 필요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에너지 소비국으로서 안정적인 에너지 수송로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동시에 말라카 해협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육상과 해상을 병행한 다중 수송망을 구축함으로써 전략적 리스크를 분산하려는 목적도 있습니다.
또한 일대일로는 중국 내부의 지역 발전 전략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서부대개발, 중부굴기, 동북진흥 등 기존 국가 전략과 연계하여 내륙 지역을 국제 교류의 전면에 세우려는 구상입니다. 즉, 일대일로는 대외 전략이자 동시에 대내 경제 구조 조정 전략인 셈입니다.
3. 협력의 이상과 현실의 갈등
중국은 일대일로를 추진하며 다섯 가지 핵심 이념을 제시했습니다. 정책 소통, 인프라 연결, 무역 확대, 자금 조달, 민심 상통이 그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경제 협력이 아니라 정치·사회·문화 전반에 걸친 포괄적 협력을 지향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개념입니다.
정책 소통은 참여 국가 간 발전 전략을 조율하고 정치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인프라 연결은 도로, 철도, 항만, 에너지 시설 등 기초 설비를 연계해 물류와 생산 효율을 높이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무역 확대는 통관 절차 간소화와 자유무역구 구축을 통해 교역 장벽을 낮추려는 시도입니다. 자금 조달은 AIIB와 실크로드기금 등 금융 플랫폼을 통해 안정적인 투자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말합니다. 민심 상통은 인적·문화적 교류를 확대해 장기적인 협력 기반을 다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러나 일대일로는 이상만큼이나 많은 논쟁을 낳고 있습니다. 일부 연선 국가에서는 대규모 차관에 따른 채무 부담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인프라 사업이 예상만큼 수익을 내지 못할 경우, 국가 재정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또한 환경 파괴, 현지 노동자 배제, 정치적 영향력 확대에 대한 경계심도 존재합니다.
중국 역시 이러한 비판을 인식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2017년 좌담회에서 일대일로 추진 시 반드시 준수해야 할 8대 요구사항을 제시하며, 안전 관리와 지속 가능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일대일로가 단기 성과가 아니라 장기 전략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발언으로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일대일로의 성패는 중국이 얼마나 투명하고 상호 호혜적인 방식으로 협력을 이어갈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단순히 중국의 경제 영토를 확장하는 수단으로 인식될 경우, 국제 사회의 신뢰를 얻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참여 국가와의 실질적 이익 공유가 이루어진다면 일대일로는 새로운 국제 협력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일대일로는 중국이 세계와 연결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는 야심 찬 전략입니다. 이는 인프라와 금융, 외교와 문화가 결합된 복합적 프로젝트로 21세기 국제 질서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일대일로가 협력의 길이 될지 갈등의 씨앗이 될지는 그 실행 방식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